국내외에서 설치미술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던 송영미 작가가 올 3월 플라톤 인문학 카페를 열었다. 플라톤 인문학 카페는 아이들이 책을 통해 소통하고, 책을 통해 성장하기를 바라는 송영미 원장의 바람이 듬뿍 담긴 공간이다. 그런데 송영미 원장이 플라톤독서토론논술을 가르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야기가 궁금해 플라톤 인문학 카페를 찾았다.
철학적 사유를 가능케 하는 리딩북에 반하다
송영미 원장에게 책은 삶의 위안이자 휴식 같은 존재였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마음이 힘들 때면 책을 통해 길을 찾았고, 새벽에 일어나 독서 하는 시간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딸이 수업하는 플라톤독서토론논술 리딩북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작품 활동과 맥이 통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설치미술 작가로 국내외에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왔던 그녀가 플라톤 인문학 카페를 오픈하게 된 배경이다.
“리딩북 내용과 주제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 활동을 하면서 제가 다뤘던 주제와도 거리가 멀지 않았고요. 현대미술에서 설치미술은 사회학, 언어학, 사진 등 여러 장르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요. 작가가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해 예술의 형태로 끌어내죠. 플라톤독서토론논술 리딩북도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읽는 이로 하여금 철학적인 사유를 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아이가 지난해 토론 2단계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사정상 그만두게 되셨어요. 제가 직접 아이를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하는 예술도 인문학적인 활동이라 플라톤독서토론논술과 맥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5월 공부방으로 플라톤독서토론논술을 시작한 송 원장은 올 3월 ‘플라톤 인문학 카페’라는 이름으로 교습소를 오픈했다. 현재 40여 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약 75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그녀는 지난 4월 우수 원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이들과 리딩북을 읽고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우리 회원들은 리딩북을 ‘숨은 맛집’이라고 표현해요. 그만큼 리딩북 읽는 걸 좋아하고 재미있게 여깁니다. 아이들이 플라톤 인문학 카페에서 신나 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수업
플라톤 인문학 카페에서는 자유로운 대화와 질문이 오가고, 더 나아가 열띤 토론이 펼쳐진다. 송 원장이 추구하는 학습법은 하브루타 교육법이다.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를 통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20대 때 동유럽으로 여행을 가서 보았던 풍경을 잊을 수 없어요. 사람들이 곳곳에 모여 한 가지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토론 문화가 생소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행위가 일상이 되고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좀 더 인간미 넘치는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플라톤독서토론논술이 그러한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지요.”
송 원장은 수업에 미술을 접목하기도 한다. 글 쓰는 시간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현저하게 느리거나 손힘을 조절하지 못해 글씨 쓰기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는 학부모와의 상의하에 3분 크로키를 해보도록 한다. 3분 크로키는 정해진 시간 안에 주어진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성향과 기질을 파악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송 원장의 수업은 아이들을 관찰하고 파악한 이후 좀 더 세분화 된다.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 미술 수업을 병행하는 친구도 있고, 역사하기 수업 이후 역사 드로잉을 하기도 합니다. 독서감상문을 써보고 주제와 너무 벗어난 글을 쓰는 아이들은 교과독서를 병행합니다. 아울러 재미있는 수업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6학년 수업 <구름>은 원자력 발전소를 설계하는 업무를 하는 공학 박사님을 강사로 초청해 진행했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어 권정민 작가의 <사라진 저녁> 북 콘서트에 아이들과 함께 온라인으로 참여하기도 했고요. 아이들에게는 즐겁고 특별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책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
송 원장은 중장기 계획은 미술과 독서 등 인문학이 어우러진 예술교육을 펼치는 것이다. 그녀가 말하는 예술교육이란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교육이다. 아이들 저마다의 개성과 장점을 끌어내고, 이를 통해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하며, 아울러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할 수 있다면 그 누구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 그녀는 믿는다.
“아이들 스스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지’, ‘내가 언제 행복한지’ 등을 고민하고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독서가 그 길을 열어줄 거라 믿습니다. 독서를 통해 얻은 경험은 삶을 보다 균형감 있게 살아가도록 도와줍니다. 저에게 플라톤독서토론논술의 리딩북이 때로는 선배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부모처럼 좋은 교재가 되어주듯이, 아이들에게도 분명 그러한 존재가 되어줄 것입니다.”
송 원장은 플라톤 인문학 카페가 웃음이 넘치는 공간으로, 즐겁고 재미난 이야기가 샘솟는 공간으로, 하나의 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이 펼쳐지는 공간으로 다양하게 변주되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자신도 아이들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하리라 믿는다.